#용어#기부문화

[기부의 개념적 차이] 필란트로피와 채리티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2023/10/30

🍊 이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기부의 성격에 따른 의미의 차이가 궁금하신 분들

필란트로피와 채리티의 의미가 궁금하신 분들

🍊 이것만 알고 가세요

  1. 영미권에서는 기부의 종류에 따라 ‘채리티’(charity) 혹은 ‘필란트로피’(philanthropy)와 같은 용어를 역사적 맥락에서 다르게 사용해왔습니다.
  2. ‘채리티’는 자선적 의미가 강한 상황에서 사용되며, 측은지심에서 기인한 기부 행위를 설명합니다. 반면 ‘필란트로피’는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적인 기부로 기부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타납니다.

🍊 자세히 알아볼까요?

같은 기부도 의미가 달라요 🤙🏻

기부는 기본적으로 나의 몫을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예요. 한국에서는 ‘자선’, ‘후원’, ‘나눔’ 등의 용어를 포괄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영미권에서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형성된 기부의 성격을 다르게 분류해요. 나의 몫을 나누는 일이더라도, 기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상과 이유는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요. ‘채리티’(charity)와 ‘필란트로피’(philanthropy)가 대표적이에요.

타인을 돕는 채리티, 문제를 해결하는 필란트로피

✔️ 채리티(charity)

자선, 구호의 의미에 가까운 채리티(charity)는 영미 기독교 문화의 정신에서 출발했어요. 사랑이라는 의미의 ‘caritas’에서 유래한 채리티는 기독교적인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후 기독교 문화가 사회, 정치적으로 결합하는 서구 사회의 역사적 발전에 따라 체계적인 구호 기관 설립과 일상적인 자선의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채리티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측은지심과 같은 개인적 감정에 동해 나의 몫을 나누는 형태의 기부예요. 눈앞의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기부는 무척 숭고한 일이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해요.

✔️ 필란트로피(philanthropy)

필란트로피(philantrophy)는 내 몫을 나누고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기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뜻의 ‘philos’와 인류라는 뜻의 ‘anthropos’가 합쳐진 필란트로피는 인류에 대한 박애적 사랑이 기반이 돼요. 개인의 고통을 인류 전체가 접근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로 바꾸어 바라보는 것이에요. 당장의 고통을 낫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재원과 과정을 설계하고 성과를 산출해요. 문제의 완화가 아닌 해결이라는 관점의 필란트로피는 최근 들어서 국내외 비영리 생태계의 지원과 확장을 이끌고 있어요.

이렇게 같은 형태의 ‘기부’라고 할 지라도, 그 의미와 성격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어요. 채리티가 자선적 의미에서의 기부라면, 필란트로피는 문제 해결적 관점에서의 공유예요. 채리티는 눈 앞에 마주한 사람의 고통을 개인적 관계와 노력을 통해 해소하려 하지만, 필란트로피는 인류 공동체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달라요. 한쪽의 접근이 더 우선시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예를 들어 빈곤 문제의 경우 지금 당장 배를 곯는 이에게 밥을 주는 일 또한 필요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노력도 중요하니까요. 다만 현재 기부 패러다임은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필란트로피를 주목하는 이유는요 ✨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게이츠 재단은 대표적인 필란트로피 기금이에요. 소아마비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백신과 경구용 신약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보급률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해 소아마비 퇴치를 목표로 활약하고 있어요. 그 성과로 현재는 발병률이 99.9%가 줄어들었어요.

빌 게이츠 같은 대부호만이 필란트로피 기금을 운영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한국에서는 2018년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기금을 형성하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처를 결정하는 ‘디모스(demos)’가 열렸어요. 함께 자원을 모으고, 원칙을 정해 ‘투자처’를 결정하는 방식은 필란트로피 기금의 운영과 같았습니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약 7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였고, LGBT 플랫폼,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등 다양한 투자처에 기금을 지원했어요.

이처럼 필란트로피는 사회 혁신의 역할을 해낸다는 점에서 ‘사회적 모험 자본’(social venture capital)의 성격을 띠고 있어요. 빈곤, 기후 위기 등 인류가 마주한 여러 문제 앞에서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내는 거예요. 자유로운 시민이 주체가 되어 모이고 정부와 기업이 결합하는 공간으로서 제3섹터가 지닌 자율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에요.